조선·전력기기 슈퍼사이클이 부른 104% 이익 폭발 — HD현대, 호황의 그늘에 숨은 리스크
정유 부문 1% 영업이익률과 1,761억 원 환경 과징금이 던지는 경고
2025년 HD현대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4.5% 급증한 6.1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성장은 한 자릿수에 그쳤지만 이익은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조선과 전력기기라는 두 개의 거대한 글로벌 메가트렌드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제마진 악화에 시달리는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대, 환경법 위반에 따른 1,761억 원 과징금 리스크는 호황의 그늘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 조선·전력기기의 동반 호황: 고선가 선박 건조 본격화와 북미 데이터센터 변압기 수요 폭발로 영업이익이 +104.5% 폭증. 연결 OPM은 8.6%로 전년(4.4%)보다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 치명적 리스크: HD현대오일뱅크 물환경보전법 위반 관련 1,761억 원 과징금이 2025년 8월 부과됐고 임원진이 법정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되는 등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미국 배기규제 소송(4,890만 달러)과 보호무역주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입니다.
- 투자 전략: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의 실적 방어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정유 부문의 구조적 부진과 불확실한 법적 리스크가 단기 주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본업은 '상', 매크로 리스크는 '중' 수준입니다.
Section 01 도대체 뭐로 돈을 버는 회사인가?
HD현대는 2017년 구 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해 출범한 지주회사입니다. 지주사인 HD현대의 본질적 수익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상표권(브랜드) 사용 수익, 임대 수익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자회사들이 영위하는 조선·정유·전력기기·건설장비·선박서비스 등 5개 사업의 실적이 곧 HD현대의 실적입니다.
쉽게 말해 HD현대는 글로벌 경기, 유가, 환율, 금리에 극도로 민감한 B2B 장치·수주 산업의 집합체입니다. 각 사업부가 완전히 다른 경제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해 실적 변동성을 통제하는지가 지주회사 핵심 경쟁력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업이 불황일 때 정유나 건설기계가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2025년에는 극적인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조선과 전력기기가 동반 슈퍼사이클을 맞아 이익을 폭발시킨 반면, 정유 부문은 글로벌 정제마진 악화로 신음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흐름이 한 지붕 아래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HD현대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구조입니다.
Section 02 매출은 5% 늘었는데 왜 영업이익은 104% 뛰었을까?
보고서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바로 이겁니다. 매출은 71.26조 원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에 그쳤는데, 영업이익은 6.10조 원으로 +104.5% 폭증했습니다. 이렇게 이익이 폭발한 비결은 단 하나, 매출원가율의 대폭 개선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매출원가가 전년 대비 오히려 0.2% 줄었습니다. 판매비와관리비가 15% 늘어난 걸 감안해도, 매출총이익률이 9.4%에서 14.1%로 4.7%p 점프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조선업처럼 고정비(도크, 설비, 인건비) 비중이 큰 장치산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영업레버리지 효과로 이익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 구분 | 2025년 (제9기) | 2024년 (제8기) | YoY |
|---|---|---|---|
| 매출액 | 71.26 | 67.77 | +5.2% |
| 매출원가 | 61.20 | 61.34 | -0.2% |
| 판매비와관리비 | 3.96 | 3.44 | +14.9% |
| 영업이익 | 6.10 | 2.98 | +104.5% |
| 영업이익률(OPM) | 8.6% | 4.4% | +4.2%p |
| 당기순이익 | 3.68 | 1.93 | +90.4% |
매출원가가 줄어든 건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소진되고 2021~2022년 수주한 고단가 선박의 건조가 본격화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싸게 팔기로 한 배는 다 만들었고, 이제는 비싸게 받기로 한 배를 짓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자재 가격(후판, 원유) 안정화도 한몫했습니다.
그러나 이익 폭발의 향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업부문별로 뜯어봐야 합니다. 조선과 전력기기가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정유 부문은 여전히 고전 중입니다.
| 사업부문 | 매출액 | 비중 | 영업이익 | OPM | OP YoY |
|---|---|---|---|---|---|
| 조선해양 | 341,829 | 48.0% | 46,486 | 13.6% | +204.5% |
| 정유 | 450,375 | 63.2% | 4,851 | 1.1% | +64.9% |
| 전기전자 | 56,227 | 7.9% | 11,172 | 19.9% | +43.8% |
| 건설장비 | 119,684 | 16.8% | 5,352 | 4.5% | +7.7% |
| 선박서비스 | 26,026 | 3.7% | 3,590 | 13.8% | +32.1% |
* 비중은 부문별 총액 기준(내부거래 포함)으로 단순 합계 대비 비율이 아님. 출처: 사업보고서 주석 37.
조선해양은 고선가 건조 효과로 영업이익이 무려 204.5% 급증하며 그룹 전체 이익을 견인했습니다. 전기전자는 북미·중동의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 증가에 힘입어 19.9%라는 경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정유는 글로벌 정제마진 악화로 영업이익률이 1.1%에 그쳐 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습니다.
스택 바 차트를 보면 2024년까지만 해도 조선해양과 정유·전기전자가 비슷한 비중으로 이익을 나눠 가졌지만, 2025년에는 조선해양이 압도적인 이익 기여도로 도약한 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전기전자도 꾸준히 성장했고요. 반면 정유·건설장비는 절대 이익 규모가 정체된 모습입니다.
Section 03 장부 위의 이익, 진짜 현금으로 남았을까?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투자자가 꼭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이익이 실제로 회사에 현금으로 남았는지입니다. 손익계산서상의 이익과 실제 현금 흐름 사이에 괴리가 크다면 '분식' 또는 '일회성 요인'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HD현대는 다행히 이익의 질이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a) 현금의 질 — 11.1조 유동성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규모가 약 11.1조 원에 달합니다. 총 차입금(14.5조 원)을 고려한 순차입금 비율은 11.28%로 재무 건전성이 매우 우수합니다.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약 4.6조 원)을 현금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b) 현금흐름 검증 — OCF 7.38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7.38조 원으로, 영업이익 6.10조 원보다 1.21배 높습니다. 이익이 장부상 숫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금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강력히 방증합니다. 전년(2.51배)보다 비율이 낮아진 건 영업이익 자체가 커진 영향입니다.
(c) 매출의 질 — 대손충당금률 15.7%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전년 19.6%에서 15.7%로 3.9%p 하락했습니다. 부실 채권 위험이 완화되면서 매출의 질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영업 외 미수금에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d) 재고의 질
매출이 5.2% 증가하는 동안 재고자산은 2.2% 증가(10.0조 → 10.2조)에 그쳐 재고 회전이 원활한 상태입니다. 조선업 특성상 건조 중인 선박(WIP) 재고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인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e) 특수관계자 거래 — 지배구조 건전성
특수관계자 대상 거래 내역을 보면 전체 매출채권이 약 305억 원, 기타채권 798억 원, 매입채무 134억 원, 기타채무 1,204억 원 수준입니다. 연결 자산총계(약 84조 원) 대비 극히 미미한 규모로, 지주회사 체제 아래 부당한 자금 유출이나 일감 몰아주기 징후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 구분 | 매출채권 | 기타채권 | 매입채무 | 기타채무 |
|---|---|---|---|---|
| 관계기업 소계 | 294 | 798 | 134 | 1,204 |
| 공동기업 소계 | 12 | — | — | — |
| 그 밖의 특수관계자 | — | — | — | — |
| 전체 특수관계자 합계 | 305 | 798 | 134 | 1,204 |
* 출처: 사업보고서 XI. 특수관계자거래 채권·채무 잔액 (p.414). 모든 채권·채무는 연결 내부거래 제거 후 특수관계자 대상 잔액임.
매출채권 자체의 대손충당금률이 15.7%로 개선된 것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매출채권 외의 단기·장기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유동미수금 23%, 장기대여금 22.7%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영업 외적인 자금 대여(특수관계자 포함)의 회수에는 일부 차질이 있음을 의미하므로 분기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Section 04 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을까?
이익 수준만큼 중요한 게 생산 설비의 효율성입니다.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사업부문별 가동률 데이터를 보면, 부문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 사업부문 | 품목 | 가동가능시간(량) | 실제가동시간(량) | 가동률 |
|---|---|---|---|---|
| 조선 | 선박 외 | 59,091천M/H | 62,671천M/H | 106.1% |
| 조선 | 블록 | 833천M/H | 856천M/H | 102.8% |
| 해양플랜트 | 해상구조물 | 3,751천M/H | 1,850천M/H | 49.3% |
| 엔진기계 | 엔진 외 | 3,212천M/H | 3,580천M/H | 111.5% |
| 엔진기계 | TC 2ST | 100개 | 50개 | 50.0% |
| 엔진기계 | TC 4ST | 600개 | 180개 | 30.0% |
| 그린에너지 | 태양광 셀 | 29,988천장 | 20,916천장 | 69.7% |
| 그린에너지 | 모듈 | 2,123천장 | 1,277천장 | 60.1% |
조선 부문의 가동률이 106.1%로 100%를 초과했습니다. 이는 공장이 풀가동을 넘어 초과 근무와 외주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도크(Dock)가 꽉 차 신규 수주도 선별적으로 받는 '셀러스 마켓'이 현실화된 모습입니다.
엔진기계 부문의 엔진류 가동률도 111.5%로 초과가동 중입니다. 반면 같은 엔진기계여도 터보차저(TC) 2ST(50%)·4ST(30%)는 가동률이 크게 낮아 품목별 온도 차가 확연합니다. 해양플랜트(49.3%)와 그린에너지(60~70%)도 상대적으로 부진합니다. 전기전자 부문의 변압기 가동률은 96.1%로 풀가동에 가깝습니다.
생산과 판매의 효율성 측면에서 HD현대는 지금 '조선·전력기기 쌍끌이 호황, 정유·건설기계 부진'이라는 이중주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부문의 현금을 부진한 부문의 구조조정에 쓸지, 아니면 더 유망한 분야에 재투자할지가 앞으로의 핵심 전략 과제입니다.
Section 05 1,761억 원 환경 과징금이 던지는 질문
호황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투자자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리스크가 보입니다. 무엇보다 HD현대오일뱅크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건은 재무적·평판적 리스크의 핵심입니다.
1,761억 원 과징금 + 임원진 법정구속 → 상고 진행 중
HD현대오일뱅크가 2016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대산공장 폐수를 계열사 공장으로 배출하거나 가스세정시설 굴뚝으로 증발시켜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한 혐의로 2023년 8월 기소됐습니다. 2025년 2월 1심에서 전 부회장(징역 1년 6월), 전 안전생산본부장(징역 1년 2월), 전 기술부문장(징역 1년)이 법정구속됐고, 법인은 5,000만 원 벌금을 선고받았습니다. 2025년 6월 항소심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 석방됐으나, 2026년 1월 30일 2심에서도 1심 형량이 유지됐고, 회사는 2026년 2월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여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5년 8월 환경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과징금 1,761억 원을 부과했고, 회사는 분할납부(20개월, 6회)를 신청해 승인받았습니다. 2027년 6월까지 4개월 단위로 10%·10%·15%·15%·25%·25%씩 납부할 예정입니다.
미국 배기규제 소송(4,890만 달러) + 보편 관세 우회 리스크
HD현대건설기계는 미국 배기규제 위반과 관련해 4,890만 달러(약 64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피소됐습니다. 또한 2025년 초 미국 정부가 예고한 '전 세계 최소 10% 보편 관세'는 연방대법원이 일단 제동을 걸었지만, 언제든 우회적인 무역 장벽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전기전자와 건설기계 부문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 구간 | 은행차입금 | 사채 | 상환전환우선주 | 합계 |
|---|---|---|---|---|
| 1년 이내 | 29,545 | 16,367 | — | 45,912 |
| 1~5년 이내 | 45,474 | 42,330 | — | 87,804 |
| 5년 초과 | 8,128 | 5,100 | 781 | 14,009 |
| 합계 | 83,147 | 63,796 | 781 | 147,724 |
* 출처: 사업보고서 Ⅲ. 재무에 관한 사항 주석 25. 차입금과 사채 (p.338). 미할인현금흐름 기준.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약 4.6조 원, 1~5년 내가 약 8.8조 원입니다. 현금성자산(11.1조 원)으로 1년 내 상환분은 충분히 커버 가능하지만, 1~5년 구간 상환 부담(8.8조)을 감안하면 꾸준한 현금 창출이 중요합니다. 영업이익과 OCF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리스크 매트릭스에서 가장 우상단(고위험 영역)에 위치한 건 환경법 과징금·소송입니다. 이미 현실화된 이슈이고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장 큽니다. 미국 관세·보호무역 리스크도 발생가능성(3.5)·영향도(4.0) 모두 높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유 부문 정제마진 악화는 가능성이 높지만(4.0) 영향도는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익 기여도가 다른 사업에 비해 작아졌기 때문입니다.
Section 06 미래 전망, 어디에 베팅해야 할까
HD현대의 단기(6개월~1년) 전략은 조선 부문의 고가 수주 잔고를 차질 없이 건조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북미 전력망 교체 사이클에서 시장 점유율을 굳히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중장기(1~3년)로는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등 무탄소 선박 시장을 선점하고, SMR(소형모듈원전) 등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습니다.
Best Case (낙관): 고선가 수주 잔고가 2027년까지 이어지고, 북미 전력기기 수요가 AI 인프라 확장으로 더 폭발합니다. 정유 부문은 글로벌 정제마진이 반등하고 친환경 신사업(SAF·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이 가시적 성과를 냅니다. 환경법 과징금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 시 과징금 규모가 줄거나 분할납부 기간이 길어집니다. 연결 영업이익 8조 원대 진입도 가능합니다.
Worst Case (비관): 미국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관세 폭탄)가 현실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가·해운 운임이 동반 폭락합니다. 환경법 위반 대법원에서 원심 확정 시 과징금 1,761억 원을 일시 납부해야 하고, 추가 환경 관련 소송이 이어집니다. HD현대건설기계 미국 배기규제 소송에서 대규모 패소 시 일회성 비용이 1,000억 원 이상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설기계 가동률이 추가 하락하면서 자산 손상 인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본업: 상(上), 지배구조·리스크 관리: 중(中).
조선업과 전력 인프라라는 두 개의 글로벌 메가트렌드(슈퍼사이클)에 정확히 올라탄 만큼 본업의 경쟁력과 성장성은 '상'입니다. 연결 OPM 8.6%와 OCF 7.38조 원이 증명하듯 이익의 질과 현금창출력도 우수합니다. 다만 환경법 위반 과징금 1,761억 원 리스크, 미국 관세·보호무역 불확실성, 정유 부문의 구조적 부진은 '중(中)'으로 평가해 단기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현재 주가는 실적 기대감을 일부 반영하고 있어, 킬 시나리오 발생 시 하방 리스크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