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풍랑 속의 '버티기'와 멈출 수 없는 투자의 딜레마
매출 감소와 대규모 감가상각비가 만든 첫 영업적자, 그러나 현금흐름이 말해주는 진짜 기초체력
2025년 두산테스나는 매출 3,039억 원(–18.6%)을 기록하며 상장 이후 첫 영업적자(–9억 원)로 돌아섰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중국 CIS 업체의 가격 공세가 직격탄이었습니다.
- 중화권 CIS 경쟁 심화와 전방 수요 둔화: 핵심 캐시카우인 웨이퍼 테스트 가동률이 45.5%로 급락하며 상장 이후 첫 영업적자(-9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 영업적자 속 1,500억 대 현금 창출의 비밀: 손익계산서상 적자지만, 실제로는 1,671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감가상각비가 반영된 결과로 '현금 창출력' 자체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 우려되는 지배구조 리스크: 적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회사 두산 브랜드 수수료 및 야구단(두산베어스) 스폰서십 등 특수관계자 향으로 약 159억 원의 현금이 유출되고 있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합니다.
Section 01 도대체 뭐로 돈을 버는 회사인가?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가 설계된 대로 정상 작동하는지 검사하는 '테스트' 전문 기업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를 거친 칩은 최종적으로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는데, 이 후공정을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라고 부릅니다. 두산테스나는 특히 웨이퍼 상태에서 칩을 테스트하는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사는 주로 삼성전자 같은 대형 IDM이며, 최종 수요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CIS, AP, MCU 등)의 판매량에 직결됩니다. 스마트폰이 덜 팔리면 두산테스나의 공장 가동률도 떨어집니다.
고가의 테스트 장비를 사놓고 24시간 돌려야 수익이 극대화되는 구조입니다. 고정비(장비 감가상각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주문량이 늘어나 가동률이 오르면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반대로 주문이 줄면 이익이 급전직하하는 특징을 가집니다. 이것이 장치 산업의 본질입니다.
Section 02 파도가 멈추자 암초가 드러났다
2025년 두산테스나는 매출 3,039억 원, 영업이익 –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 폭의 역성장을 겪었습니다. 고정비 부담이 그대로 이익을 압박한 결과입니다.
| 구분 | 2024년 | 2025년 | YoY |
|---|---|---|---|
| 매출액 | 3,731 | 3,039 | –18.6% |
| 매출원가 | 3,053 | 2,743 | –10.2% |
| 판관비 | 299 | 305 | +2.0% |
| 영업이익 | 379 | –9 | 적자전환 |
| 영업이익률(OPM) | 10.2% | –0.3% | –10.5%p |
출처: DART 사업보고서 III. 재무에 관한 사항
경영진은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진단합니다. 첫째,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주요 고객사의 물량이 줄었습니다. 둘째, 중국 CIS 업체들의 가격 공세가 심화되면서 테스트 물량이 이탈했습니다. 셋째,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차량용 반도체 테스트 물량도 동반 감소했습니다. 매출은 18% 줄었지만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쌓이면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Section 03 적자인데 돈이 벌린다? 현금흐름의 비밀
손익계산서는 적자지만 현금흐름표를 들여다보면 두산테스나의 진짜 체력은 아직 튼튼합니다. 장치 산업 분석의 핵심은 '회계적 이익'과 '실제 현금흐름'의 괴리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 지표 | 2024년 | 2025년 | 증감 |
|---|---|---|---|
| 영업이익 | 379 | –9 | 적자전환 |
| 감가상각비 | 1,888 | 1,671 | –11.5% |
| 영업활동현금흐름(OCF) | 2,342 | 1,584 | –32.4% |
| 현금성자산 | 650 | 1,095 | +68.5% |
| 총차입금 | 1,605 | 1,645 | +2.5% |
출처: DART 사업보고서 III. 재무에 관한 사항
2025년 영업이익은 –9억 원이지만,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순수 현금(OCF)은 1,584억 원에 달합니다. 과거에 사들인 테스트 장비들의 감가상각비(1,671억 원)가 회계상 이익을 깎아먹었을 뿐, 실제로 현금이 나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금흐름이 모두 주주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재무제표 주석을 살펴보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연간 159억 원 규모의 현금이 그룹 계열사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 상대방 | 지급액 | 거래 성격 |
|---|---|---|
| (주)두산 (모회사) | 87.4 | 브랜드 수수료 등 |
| (주)두산베어스 | 25.0 | 야구단 스폰서십 |
| (주)오리콤 | 10.3 | 광고·마케팅 용역 |
| 두산큐벡스(주) | 13.3 | IT 용역 |
| 분당두산타워 임차인협의체 | 12.6 | 임차료 |
| 기타 특수관계자 | 10.2 | 연구·복지 등 |
| 합계 | 158.8 |
이 중 모회사 브랜드 수수료와 두산베어스 스폰서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영업적자 상황에서도 이 같은 비용이 지속된다는 점은 소액주주 입장에서 거버넌스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 — 연간 160억 원 가까운 현금이 본업 투자나 배당이 아닌 그룹 계열사 용역과 스폰서십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이 회복되더라도 주주 환원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Section 04 사업부문별 가동률 쇼크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하는 웨이퍼 테스트 부문의 가동률이 45.5%로 전년 대비 16.4%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고가 장비가 하루의 절반을 쉬고 있다는 뜻입니다.
| 부문 | 매출(억 원) | 비중 | 가동률 |
|---|---|---|---|
| 웨이퍼 테스트 | 2,810 | 92.4% | 45.5% |
| 패키징 테스트 | 180 | 5.9% | 58.9% |
| DP (Die Preparation) | 49 | 1.7% | 12.2% |
출처: DART 사업보고서 II. 사업의 내용
특히 DP 부문의 가동률 12.2%는 사실상 유휴 설비나 다름없습니다.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합병하며 키우려 했던 DP 사업이 전방 수요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Section 05 미래를 위한 투자, 아니면 함정?
수요가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두산테스나는 2027년까지 2,200억 원 규모의 신규 공장 투자와 1,714억 원의 장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AP 신제품과 전장용(ADAS) 반도체 물량 확대를 겨냥한 선제적 조치입니다.
또한 회사는 단기차입금으로 신한은행(금리 3.96%, 50억 원)과 KDB산업은행(금리 3.15~3.43%, 200억 원) 등에서 총 250억 원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하락세에 접어들었다지만, 이자 부담이 영업이익에 추가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2026년 하반기에도 주요 고객사의 모바일 AP 엑시노스 채택률이 부진하고, 자율주행 시장 개화가 지연된다면? 선제적으로 사둔 장비들은 거대한 감가상각비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이익률은 –10%까지 곤두박질치고, 차입금 상환 압박이 심해지며 유상증자 같은 주주가치 희석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두산테스나의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입니다.
Section 06 이사회는 주주를 생각하는가?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며 선임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높이는 정관 변경입니다. 또한 감사위원회 구성도 독립이사 중심으로 강화됩니다.
이는 상법 개정을 반영한 조치로, 주주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의 변화입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실제 경영 관행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한편 임원 보상의 일부로 부여된 RSU(주식기준보상)는 2025년 말 기준 미지급 수량이 41,145주에 달합니다. 향후 주식이 지급될 경우 희석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규모는 전체 발행 주식 대비 미미한 수준(0.1% 미만)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특수관계자 거래(연간 159억 원)는 지배구조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모기업 브랜드 수수료와 야구단 스폰서십이 적자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본업 경쟁력: 중(中), 재무/지배구조: 하(下), 성장 잠재력: 상(上).
두산테스나는 고정비 부담의 덫에 갇혀 가장 혹독한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거대한 감가상각비는 사이클이 턴어라운드할 때 폭발적인 이익 레버리지를 가져다줄 무기이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특수관계자 현금 유출과 높은 고정비 부담이 걸림돌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프리미엄 AP와 전장용 반도체 수요 회복 시 가장 탄력적인 이익 성장이 기대됩니다.
대응 전략: 당장의 실적 부진보다는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신제품 AP 채택 비율과 차량용 반도체 재고 조정 완료 시점을 모니터링하세요. 2026년 하반기, 기존 장비의 감가상각 종료 시점과 업황 턴어라운드가 맞물리는 시기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노려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