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회복의 착시: 910억 순이익 뒤에 숨은 1,686억 단기차입금의 진실
영업이익 19.6% 증가, 파생상품 평가이익으로 순이익 1,027% 폭등 — 하지만 본업에서 번 현금은 M&A와 관계사 대여로 줄줄 새고 있다.
성호전자 2025년 사업보고서는 분명한 두 얼굴을 보여준다. 한쪽은 매출·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한 본업 회복의 미소, 다른 한쪽은 1,600억 원대 단기차입금과 특수관계자로 빠져나간 자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다. 이 리포트는 그 두 얼굴을 하나하나 벗겨보고, 투자자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지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 본업인 전원공급장치(SMPS)와 필름콘덴서는 매출 +11.7%, 영업이익 +19.6%로 회복세. 공장 가동률도 66~78%로 안정적이다.
- 당기순이익 910억 원은 파생상품평가이익 1,208억 원에 의한 회계적 착시. 실제 영업력은 75억 원 수준이며, 현금 유입 없는 착시 이익이다.
- 유동성 및 거버넌스 리스크가 심각하다. 단기차입금 1,686억 원, M&A 자금 유출 436억, 특수관계자 대여금 100% 손상, 오버행 21%까지 — 본업 가치를 깎아먹는 요소가 너무 많다.
Section 01 도대체 뭐로 돈을 버는 회사인가?
성호전자는 전자기기의 ‘심장’(전원공급장치)과 ‘댐’(필름콘덴서) 역할을 하는 부품을 만드는 B2B 제조사다. 프린터, 셋톱박스, 가전제품을 넘어 최근에는 전기차(EV), 태양광 인버터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산업으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
매출의 66%는 전원공급장치(SMPS)가 차지하고, 31%는 필름콘덴서가 담당한다. B2B 부품업체의 숙명처럼, 고객사(삼성전자, 소니 등)의 주문량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수주 기반 제조업이다. 영업이익률이 3%가 채 안 되는 이 사업은 공장 가동률이 곧 수익성의 바로미터다. 대규모 고정비가 투입된 공장이 일정 수준 이상 돌아가야 비로소 이익이 나는 구조 — 쉽게 말해 한 번 쓰면 바꾸기 귀찮은 아이폰 생태계 같은 Lock-in 효과는 약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업종이다.
| 제품 | 생산능력 | 생산실적 | 가동률 |
|---|---|---|---|
| SMPS | 10,080 천개 | 6,725 천개 | 66.7% |
| 필름콘덴서 | 400,000 천개 | 315,693 천개 | 78.9% |
| 증착필름 | 105 KG | 102 KG | 97.3% |
필름콘덴서의 가동률 78.9%는 추가 설비 투자 없이도 매출 확대를 감당할 여력이 있음을 뜻한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3.9회에서 4.54회로 개선되어 재고가 창고에 쌓이지 않고 빠르게 매출로 전환되고 있다. 가동률이 오르면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해 이익이 급증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셈이다.
Section 02 매출 11.7% 성장, 그런데 순이익은 왜 1,027% 폭등했을까?
가장 먼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영업이익은 75억 원인데 당기순이익은 910억 원이다. 숫자만 보면 마치 회사가 폭발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 구분 | 2024년 | 2025년 | YoY |
|---|---|---|---|
| 매출액 | 2,073억 원 | 2,315억 원 | +11.7% |
| 영업이익 (OPM) | 63억 원 (3.0%) | 75.5억 원 (3.3%) | +19.6% |
| 당기순이익 | 80억 원 | 910억 원 | +1,027% |
| 영업활동현금흐름 | 251억 원 | 200억 원 | -20.2% |
당기순이익 910억 원의 비밀은 금융수익에 숨어 있다. 회사는 파생상품평가이익 1,208억 원을 금융수익으로 인식했다.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전환상환우선주(RCPS)는 주가가 변동함에 따라 장부상 부채의 가치가 변하는데, 이 평가 금액의 변동이 이익으로 잡힌 것이다. 이는 회계적 착시에 가깝다. 통장에 실제로 들어온 돈이 아니라 장부에서 숫자만 요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 현금 창출력을 보려면 영업이익 75억 원과 영업활동현금흐름 200억 원에 집중해야 한다.
Section 03 현금 창출력은 양호한데, 현금은 왜 줄었을까?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200억 원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매출 규모 대비 현금을 잘 수금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업이익 75억 원보다 OCF가 200억 원으로 큰 것은 감가상각비 등 비현금 비용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즉, 본업 자체의 현금 창출력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잠깐, 현금성 자산은 오히려 371억 원에서 298억 원으로 감소했다. 돈을 벌었는데도 현금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곳으로 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바로 M&A와 관계사 대여, 그리고 차입금 상환 때문이다.
이익의 질을 훼손하는 대손충당금
또 하나 주목할 지표는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률이다. 5.08%에서 7.82%로 급증했다. 회사가 거래처로부터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매출채권의 비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실제 회수 가능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Section 04 1,600억 빚더미, 유동성 위기의 신호탄인가?
여기가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단기차입금이 1,099억 원에서 1,686억 원으로 53.3%나 폭증했다. 현금성 자산(298억 원) 대비 단기차입금(1,686억 원)의 비율은 무려 565.8%에 달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수중에 있는 현금의 5.6배라는 뜻이다.
1,686억 원 단기차입금의 분해: 차입처는 10곳이 넘고, 연이자율은 2.53%에서 5.90%까지 분산되어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행(약 464억)과 산업은행(약 453억)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전체의 상당액이 운전자금 용도다. 이는 회사가 M&A와 연결 자금을 장기 전환사채(CB)가 아닌 단기 차입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식회사 서룡전자, 오영전자 등 일반 기업으로부터의 차입(약 134억)은 자금 융통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외부 차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다.
킬 시나리오 경로: M&A로 인한 현금 유출 → 단기차입금 급증 → 차입금 만기 연장 실패 or 금리 인상 → 이자 비용 폭증 → 영업이익 잠식 → 유상증자 강행(주주가치 희석) 또는 자산 매각.
이 단기차입금의 상당 부분은 2025년 중 진행된 무리한 M&A의 결과물이다. 회사는 당기에만 (주)제이케이아이(반도체장비), (주)구수중전기, (주)진성산업(창호공사) 등 다수의 회사를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총 이전대가만 436억 원이다.
| 피취득자 | 업종 | 취득 식별가능 순자산 |
|---|---|---|
| (주)제이케이아이 | 반도체장비 | 206.2억 원 |
| (주)구수중전기 | 전기공사 | 25.9억 원 |
| (주)진성산업 | 창호공사 | 13.1억 원 |
세 회사 모두 본업인 SMPS나 필름콘덴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문어발식 M&A’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업 다각화라는 미명 아래, 본업의 현금을 다른 업종에 베팅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Section 05 돈이 새는 구멍은 어디인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특수관계자(관계사) 대여금의 손상 처리와 연대보증이다. 본업에서 힘들게 번 현금이 차입금을 갚거나 R&D에 쓰이는 대신, 외부 관계사로 흘러 들어가 회수 불능 상태가 되고 있다.
재무제표 주석에는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을 대여해주고, 이에 대해 "대여금에 대하여 전액 손상을 인식하였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에이치키친(1.6억) 등에 대한 대여금이 전액 손상 처리되었다. 이는 돈을 빌려줬지만 영영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회계사들이 판단했다는 뜻이다.
또한 회사는 연결회사를 위해 금융기관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은행(26억), 기업은행(77.7억) 등에 대한 지급보증이 있으며, 피보증처(위해성호전자 등)가 부실화될 경우 성호전자가 이 보증을 이행해야 할 우발채무가 존재한다. 이는 숨겨진 부채(debt overhang)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오버행(Overhang)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미상환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잠재적 희석 효과가 발행주식 대비 약 21%에 달한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전환청구가 나올 수 있어 주가 상승을 강하게 제한하는 요인이다.
| 종류 | 권면 총액 | 전환/행사가액 |
|---|---|---|
| 제13회 CB | 100억 원 | 1,282원 |
| 제14회 BW | 110억 원 | 1,659원 |
| 제16회 CB | 120억 원 | 1,150원 |
| 제17회 CB | 50억 원 | 1,150원 |
| 잠재적 희석 주식 수 (합계) | 1,492만 주 (21%) | |
Section 06 본업은 '中', 지배구조는 '下' — 어떻게 봐야 하는가?
경쟁사와 비교해도 본업의 경쟁력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 IT 기기용 필름콘덴서는 여전히 필수 부품이고, EV·태양광 인버터 시장 진출은 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본업이 성장해도,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을 본업과 무관한 M&A나 관계사 대여금으로 낭비한다면 소액 주주에게 돌아올 몫은 없다.
Best Case (낙관): 경영진이 단기차입금 리스크를 인지하고 리파이낸싱(장기 전환) 또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 M&A로 편입된 회사들이 본업과 시너지를 내며 추가 성장 동력이 된다. EV/태양광용 콘덴서 매출이 본격화되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발생한다.
Worst Case (비관): 단기차입금 만기 연장이 여의치 않아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다. 급박한 자금 조달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강행, 기존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희석된다. 관계사 연대보증이 현실화되며 우발채무가 실제 손실로 전환된다. 배당은커녕 자본 잠식 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업: 중(中), 지배구조 및 재무건전성: 하(下).
본업(PSU/필름콘덴서)의 매출 성장과 현금 창출력은 긍정적이다. 가동률이 아직 충분히 높지 않아 추가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단기차입금 1,686억 원, 무리한 M&A, 관계사 대여금 손상, 21%의 오버행 등 재무적·지배구조적 리스크가 본업의 긍정적 요소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1,600억 원대의 단기차입금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관계사 거래 및 보증 축소)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극도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